지난주에 2박 3일의 일정으로 일때문에 필리핀 마닐라를 처음으로 방문했다. 신혼여행을 세부로 다녀와서 필리핀에 가는 것은 이번에 2번째였다. 세부는 휴양지의 개념이 강한 반면, 마닐라는 필리핀의 수도여서 어느정도의 기대를 가지고 갔는데, 보기좋게 배신을 당한 느낌이다.
물론 치안이 안 좋다든가, 여러가지 소문은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생각이상의 광경을 접하여서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가장 슬펐던 것은 내 아이또래의 여자녀석이 돈을 달라고 구걸하는 모습이었다. 딸아이와 겹쳐서 그 아이에게 동전을 다 털어서 주었다. 얼마되지 않는 돈이지만, 그 돈으로 한끼라도 제대로 먹기를 바라며.....
고급호텔 바로 건너편에 아무렇게나 길거리에서 자고 있는 사람들과 아이를 안고 차도에서 구걸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곳이 일국의 수도인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했다. 아무리 빈곤한 나라라고 하지만, 이것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나를 비롯해서 내 가족들에게 절대로 이러한 생활을 시키고 싶지 않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 출장이 되었다. 돈 욕심이 별로 없던 나에게 돈이 없으면 내 아이들도 저렇게 되겠지 하는 생각을 하게 해 주었고, 조금이라도 많이 아이들에게 배울 수 있는 터전과 밝고 꾸밈없이 자랄 수 있는 가정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하게 해주는 출장이었다.
일본으로 돌아와서 벌써 1주일이 지나고 있지만, 그때의 일이 아직도 선하게 떠오른다.
열심히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