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나보다 오래 사신 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일본에 와서 16년을 사는 동안 이렇게 큰 지진을 직접 겪은 것은 처음이다.
일본에 오기 바로 직전에 한신/아와지 대지진이 있었고 3월에는 도쿄에서 오움진리교에 의한 사린사건이 있어서 4월에 입국하는 나에게 있어서는 악재가 겹쳤지만 그러한 것도 다 넘어서서 일본에 와서 이제까지 크고 작은 지진을 겪으면서도 잘 살고 있었다.
지진이 일어나도 이번처럼 큰 츠나미가 온 경우는 처음이었기에 그에 대한 놀라움은 더욱 컸다. 아비규환이라는 말이 이러한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딸아이와 집에서 겪은 지진, 아들녀석은 유치원에서 아내와 같이 있었는데 그쪽의 놀라움이 더욱 컸다고 한다. 물론 딸아이의 놀라움도 컸지만.
다른 사람들도 그렇겠지만, 아내와 아이들도 지진에 대한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조금만 흔들려도 아이들이 너무나 무서워하는 모습은 가슴을 아프게 했다.
아내도 한국에서 걸려오는 안부전화가 더욱 더 스트레스를 부채질한 것이 아닌가 싶다. 너무나 염려해주시는 분들의 전화는 감사했지만, 우리나라에서 보도되는 부분과 일본내에서 보도되는 부분의 차이는 더욱 불안하게 한 것 같다.
그래서 아내와 아이만 한국으로 일단 보내는 결정을 했다. 나도 일단 안정되면 가기로 했지만, 학생도 아니고 일을 하는 입장에서 내 마음대로 그만두고 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 나 나름대로 많은 생각을 해 보았다. 일본내에서의 생활을 다 접고 우리나라로의 완전귀국등도 생각을 해 보았지만, 내 나이에 들어가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 가족들을 충분히 부양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끊임없이 계속되었다.
간만에 한국에 간 아이들은 신났다고 한다. 특히 아들녀석은 목소리로만 기억하고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우리집,처가집)에게 애교를 부리면서 즐겁게 지내고 있나 보다. 다행이다. 너무나 다행이다. 해맑은 아이들과 아내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그래도 혼자서 있는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얼른 일본 국내가 안정되기만을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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