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12월 3일은 동경 한국학교 초등부의 수험일이었다. 전에 원서를 받아서 접수를 시켰더니 26번이 딸아이의 수험번호였다.

총 120명 모집에 152명이 지원을 해서 결국 추첨을 하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다. 32명이 추첨으로 불합격이 되는 것이다. 시험을 보는 것보다야 나은 편이지만, 그래도 보호자가 추첨을 하는 것이라 아빠로서의 책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9시까지 학교에 도착해야 한다고 해서 6시에 일어나서 아이 준비를 시키고 밑의 아들녀석은 옆집에 유치원 가게 맡기고, 8시 30분전에 학교에 도착을 하였다.

다행히 내가 쉬는 날이라서 딸아이에게 해 줄 수 있다는 점이 너무나 좋았다.

딸아이는 아이들이 대기하는 교실에 맡겨놓고 추첨장인 4층의 소강당으로 올라갔다. 아직 시간이 일러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없었지만, 9시 가까이 되니 많은 자리들이 메워져갔다. 이기적인 마음이지만, 부모 마음으로는 32명이 오지 않아서 추첨없이 들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9시 되어서 출석확인등을 걸쳐서 최종 144명의 부모들이 추첨에 참가하게 되었다. 120장의 합격봉투와 24장의 불합격봉투가 추첨함에 넣어지고 추첨이 시작되었다.

내가 대학시험등을 보았을 때보다 더욱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고 이런 것이 부모의 마음이구나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나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내 자식을 위해서 크게 심호흡을 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더군다가 4번으로 뽑은 사람이 불합격을 뽑는 바람에 내 심장은 더욱 더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내 차례가 될때까지 어떻게 뽑을까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제일 처음 손에 닿는 봉투를 잡아야지 하고 생각을 하고 막상 추첨을 하러 나가서는 3번째로 만진 봉투를 꺼냈다.

왜 그랬을까 지금 생각해 보아도 알 수 없지만, 처음과 두번째 만진 것을 포기하고 3번째로 만진 것을 뽑았다.

그 안의 내용물을 꺼낼때까지 내 심장은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합격이라는 글자가 보였을때의 안도감이란 정말로 대단한 것이었다. 딸을 위해서 조그만 일이지만 무언가 해주었다는 달성감도 있었고....

오후의 면접 번호가 49번이라서 점심을 먹고 커피를 먹으로 맥도날드에 갔을때도 딸아이가 가지고 싶어하는 것 때문에 해피세트를 사주었다. 무엇이든지 해주고 싶었기에.

오후의 면접은 원어민 선생님이 대기실로 아이를 데리러 와서 부모와 같이 이동을 하는 것이었다. 그 짧은 시간에 원어민 교사는 아이에게 여러가지 말을 영어로 물어보고 답하고... 영어로 대답하는 아이가 너무나 대견스러웠다. 나보다 낫다...

면접실에 들어가서는 먼저 부모면접이 처음이었다. 아이의 상태에 대해서 여러가지를 물었고 대답해 나갔다. 그리고 아이의 차례.

인지능력이라든가 산술 능력, 기억력 테스트등 여러가지가 있었다. 무사히 다 마친 아이가 선생님으로부터 100점이라는 말을 듣고 좋아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나만의 생각인가? 부모이기 때문에 자신의 아이에게 너무나 약해지는 모습과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이의 모습이 좋았다.

면접이 무사히 끝나고 교감선생님으로부터 합격통지서를 받고나서 그동안 몰랐던 피곤함이 역습을 했다. 한편으로는 조금의 후회도 있다. 아이가 잘 되기를 바라며 한국학교라는 선택을 했지만, 너무나 빨리 아이에게 경쟁이라는 세상에 내 보는 것이 너무나 싫다. 내가 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일때 저렇게 공부를 했던가? 하는 의문도 들고.

그래도 아무런 불평없이 따라주는 아이에게서 고마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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